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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6 호 우리의 참여로 굴러가는 언론, 언론에 참여하시겠습니까?

  • 작성일 20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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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745
이소명

편집장 이소명 202210058@sangmyung.kr

 

언론자유의 의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 

  고3 시절, 수능 사회탐구영역으로 정치와 법을 선택하였다. 대학에 가기 위해 수능 특강에 서술된 개념부터, 문제 선지까지 달달 외웠다. 그때 내 머릿속에 저장된 언론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요소’이었다. 

 

 

편할 날 없던 언론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은 일본에 의해 언론 탄압을 받았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1907년 광무신문지법이 공포됐다. 동 법은 사전검열, 기사내용 제한, 정부의 발행금지권 등을 법령에 담았다. 황실의 존엄모독・국헌문란・안녕질서 방해・풍속괴란(風俗壞亂)에 관한 내용을 담아서는 안 되고, 이러한 내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경시청 즉 일제가 판단했다. 동 법은 조선에서 발행되는 신문뿐 아니라 해외에서 들여오는 신문에도 적용됐다. 광무신문지법이 시행되고 1919년까지 조선인에게 신문 발행이 허가된 사례는 없었다.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에도 언론은 편할 날이 없었다. 기사 하나하나가 모두 검열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동아일보 기자들은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하였다. 중앙정보부는 광고사들에 압박을 넣어 동아일보는 광고란을 백지상태로 발행하기도 하였다. 시민들은 자유 언론을 수호하기 위해 돈을 모아 광고비를 보탰고, 4개월 동안 1만 건의 격려 광고가 동아일보란의 광고란을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 경영진은 투쟁에 앞선 기자들을 해고 처리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강제로 해직된 기자들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일명 동아투위를 결성하였다. 동아투위 기자들은 1977년부터 1년간 보도되지 않거나 왜곡 보도한 내용을 담아 <보도되지 않은 민주인권사건일지>를 발행하였다. 이 일로 동아투위 기자 10명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언론의 자유를 빼앗는 주체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 그의 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가 존재한다. 유명 주간지 소속 기자는 2006년 당시 삼성 부사장의 커지는 위력에 대해 취재했다. 해당 기사는 시사저널 870호에 개재될 예정이었으나, 시사저널 사장이 해당 기사를 870호에서 제외시켰다. 당시 삼성의 부사장과 시사저널의 사장은 친분이 있어 기자에게 해당 기사를 뺄 것을 지시했지만, 편집장을 비롯해 시사저널 기자들은 사장의 지시를 거부했다. 이에 사장은 직접 인쇄소로 나가 해당 기사를 삼성 광고로 대체하였다.

  시대가 변함에도 언론 탄압은 지속되어 왔고 그 주체는 다양했다. 탄압 주체는 변했지만, 탄압으로 피해를받는 자가 독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한 숨구멍이 막히고 있다

  언론의 자유 보호를 크게 인정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1964)이 있다. 해당 사건의 전말은 경찰 국장인 설리번이 유명 언론사인 뉴욕타임스가 게재한 허위 사실로 광고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를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에 미국연방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실질적 악의(actual malice)’가 있었어야 한다며 뉴욕타임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연방대법원판결 중 한 대목은 이렇다. 


  “무엇이든 적절한 사용과 어느 정도의 오용을 정확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언론이야말로 이 말이 가장 잘 들어맞는분야다

민주사회에서는 공공의 사안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돼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간혹 잘못된 사실을 언급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숨구멍조차 막게 된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법 체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판례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해당 판례는 공인(public figures)의 명예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관련하여 획기적인 선례로 남아, 아직도 전 세계 언론인은 해당 사건을 회자하고 있다. 

 

  설리번 사건과 유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2020년에 발생한 채널A 사건과 2023년에 발생한 MBC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두 사건 외에도 유사한 사건은 매년 크고 작게 발생했다. 특히 공익 목적으로 하는 기자들의 취재권과 공직자의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권 사이에는 대립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두 가지 권리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어떤 것이 보다 중요한지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사안이다. 그래서 보도의 허위 여부, 비방할 목적의 우무, 그리고 공익성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의 고소, 고발, 구속, 형사 처벌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이는 언론뿐만 아니라 공직자 또한 제기능을 수행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공직자를 감시하고 그들의 자질의 검증하는 것은 언론사의 역할이다. 국민을 위해 자신의 맡은 업무를 부끄럼 없이 수행하는 것이 공직자의 역할이다. 언론과 공직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이가 순환하는 구조이다. 한쪽이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하는 순간, 이 순환 구조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언론과 관련하여 관심 가져볼 만한 사안은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있다. 방통위는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을 해임했다. MBC 사장 선임 과정이 부실했고, 부실 경영을 방치하며, 감사 업무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법원은 해임 사유가 소명되지 않는다며 해임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방송문화진흥회 김기선 이사도 그 후 같은 이유로 해임되었지만, 또 같은 이유로 해임 처분이 정지되었다. 

이렇게 언론은 숨구멍이 막히고 있다. 끊임없는 압박의 결과는 언론의 침묵일지 모른다. 권력에 반박 없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는 언론 탄압의 아픔을 겪은 우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여당 의원 중 한 명은 허위 보도에 대해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라 하였다. 사형 집행이 멈춘 지 20년이 넘은 나라에서 ‘사형’은 쉬이 언급해서는 안 될 단어이다. 과연 허위 보도가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에 해당할까?

 

“우려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훼손” – 뉴요커

  지난 9월 30일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사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실렸다. 제목은 ‘우려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훼손’. 2022년 이후의 언론 탄압 사례를 언급하며, 이는 “1980년대 군사 독재를 연상시킨다”고 하였다. 2022년 미국 국무부 국가별인권보고서[1]는 “정부와 공인들은 명예훼손을 광범위하게 정의하고 이를 범죄로 규정하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이용하여 공론을 제한하고 있으며, 개인과 언론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협하거나 검열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서술하기도 했다. 유엔은 직접적으로 한국의 언론탄압에 관해 권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11월 3일 유엔자유권위회[2]는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정기 심사 결과>에서 정부 고위직이나 선출된 공직자들이 자신을 비판한 언론인을 형사고소하고, 그로 인해 언론인들이 기소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우려하며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하지 말 것을 다시 권고했다. 더불어 형사 처벌이 언론인과 정치적 반대편을 침묵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에서 책정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도 대한민국 순위는 하락세를 걷고 있다. 대한민국 언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들려온다. 선조들의 투쟁으로 민주주의를 일구어 내, 세계적으로 본보기로 여겨지던 대한민국이 사라져 가고 있다. 

  2023학년도 수능 특강에는 ‘언론자유의 의의 -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 부분이 삭제되었다. 그리고 ‘언론이 사유화되거나 스스로 권력화하거나 정치권력과 결탁할 경우 민주주의 실현의 저해 요인이 되기도 함’[3]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정치권력과 결탁하는 언론으로 과장 뉴스가 증가하고, 자기검열에 걸려 편향 보도를 일삼는 기자들이 늘어나는 현황을 보면 당연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자유의 의의>가 수능특강에서 삭제된 것이 언론의 자유를 잃은 언론계의 실태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국민으로서, 독자로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본 글은 특정 정당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여당이 어디인지에 따라 위치만 바뀐 채 같은 내용의 논쟁이 계속되는, 그러한 반복의 역사에서 우리는 살아왔다. 권력과 언론 그리고 국민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도래할 것이다. 권력은 언론을 사유화할 것이 아니라 당당해야 하고, 언론은 권력의 하수인이 아닌 비판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파도처럼 흘러가는 물줄기를 단칼에 끊어낼 수는 없더라도, 커다란 바위를 쌓아가며 물줄기를 서서히 막아내야 할 때인 것 같다. 

  필자가 이 기사를 쓰게 된 연유는 어느 한 현직 기자 분에게 있다. 2023년 1월 겨울에 한 언론 강좌를 수강하였다. 존경해 왔던 기자가 강연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러 특종을 날리고, 대통령 비서와 설전까지 벌였던 유명한 기자 분이었다. 단 하나의 특종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거쳐 집요하게 쫓았는지, 그 노고가 느껴지는 경험담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분의 직업은 처음부터 기자는 아니었다. 언론과 관련 없는 회사에서 나름 승승장구하며 살아가다, 회사 앞에서 물대포가 동원되는 시위를 목격했다고 한다. 그때 세상만사에 관심 없이 보내던 자기 자신을 목격하고 그렇게 기자가 되셨다고 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바로 옆에서 물대포가 발사되는 데도 자각하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가는 자가 혹시 나 자신이지는 않을까? 매일 정치 뉴스를 올리시던 그 기자 분의 뉴스가 어느 날부터 끊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설된 SNS를 통해 정치부를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분은 짧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뜨겁게 의심하고 반발하는 삶을 거쳤다. 정치 성향을 떠나서 또는 개인적 견해와 무관하게 우리도 언론의 독자로서, 국가의 국민으로서 생각하고 의심하고 때로는 수용하는 그런 삶을 거쳐야 하지 않겠는가. 독자로서 국민으로서 가진 권리를 태만했을 때 우리도 모르게 그에 대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경각해야 한다.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의 제목을 빌어 독자들에게 또 나 자신에게 그리고 교지에게 묻고 싶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본 기사는 상명대학교와 무관하며 기사의 내용은 기자 개인의 생각임을 밝힙니다.



 [1] 주한미국대사관 및 영사관,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 https://kr.usembassy.gov/ko/032023-2022-country-reports-on-human-rights-practices-ko/

[2] 국가인권위원회, 유엔자유권위원회 제5차 최종견해 이행방안에 관한 토론회, https://www.humanrights.go.kr/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17&boardNo=7609696&menuLevel=3&menuNo=115 

[3] EBS 2023학년도 수능특강 정치와 81p



[참고문헌]

1.      강준만, [시론] 증오와 혐오를 파는 ‘유튜브 정치’, 시사저널 1791호, 2024.02.03.,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73312

2.      이상원, 헌재가 ‘판단 어렵다’던 가짜뉴스, 방심위는 안다?, 시사 IN,  2023.10.1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310

3.      이승선, 방송법 개정안의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주체와 ‘편성위원회’ 규정의 위헌성 검토, 한국방속학회, 한국방송학보, 한국방송학보 제32권 제2호, 2018.03.

4.      최지향, 정치가 언론을 혐오할 때, 시사IN, 2023.10.07.,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241

5.      티브이 칼럼니스트, 언론 보도에 “국가반역, 사형”…독재가 온다, 한겨레, 2023.09.24., 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1109797.html

6.      한영학, 광무신문지법과 일본 신문지법의 비교, 한국언론학회, 한국언론학보,    韓國言論學報 제55권 1호, 2011.02.

7.      허지혜, 4월 7일 ‘신문의 날’ 맞아 시사저널 기자 만나다, 경북대신문, 2007.04.12., https://www.knupresscenter.com/news/articleView.html?idxno=6595

8.      역덕이슈오늘 I 34 동아투위와 자유언론실천선언, KBS역사저널 그날, 2019.01.25., https://www.youtube.com/watch?v=XKIRKUIbaPg

9.      윤석열 정부 1년 : 권력 장악, 포퓰리즘 도구로 전락한 언론 - 뉴스타파, 뉴스타파, 2023.5.11., https://www.youtube.com/watch?v=RfGvVWM_aBE&t=462s 

10.   [뉴스외전 포커스]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여당 입장은? (2022.12.06/뉴스외전/MBC), MBCNEWS, 2022.12.06, https://www.youtube.com/watch?v=lQsOivL7Lo4

11.   OPEN ARCHIVES, 1970년대 언론탄압, https://archives.kdemo.or.kr/collections/view/1000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