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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 765 호 학교 바깥에서 무얼 하고 있나요?

  • 작성일 2026-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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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13
이은민

  “휴학하면 뭐 하지” 이 질문엔 막연한 우려가 담겨있다. 취업 준비의 공백, 졸업 지연, 혹은 방황의 시간으로 여겨지던 휴학이 이제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학업의 레일에서 잠시 내려와  자신만의 속도로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실제로 대학가에서 휴학은 더 이상 예외적 선택이 아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4년제 대학의 휴학생 수는 매년 70만 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이유도 군 입대나 질병을 넘어 자기계발, 창업, 해외 경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스펙을 쌓기 위해 학교에 머무는 것보다, 학교 밖에서 직접 경험을 쌓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왜 떠나는가 - 휴학을 택하는 사회적, 개인적 이유


  휴학의 이유는 단일하지 않다. 크게 보면 사회적 압력에서 비롯된 선택과 개인의 능동적 결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사회적 맥락에서 보면,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은 역설적으로 휴학을 부추긴다. 학점과 스펙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직무 경험이나 어학 자격증, 해외 연수 등 '학교 밖 이력'을 만들기 위해 학업을 잠시 멈추는 것이다. 또한 등록금 부담과 생활비 압박 속에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다 번아웃을 경험한 학생들이 일단 숨을 고르기 위해 휴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휴학을 택하는 개인적인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공이 적성과 맞지 않거나 진로에 확신이 서지 않아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경우다. 둘째, 어학 시험이나 자격증 취득처럼 학교 커리큘럼 밖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싶어서다. 셋째,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해 보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는 경우도 있다. 넷째, 학업과 대인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소진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으로, 정신건강을 이유로 한 휴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세계관을 넓히려는 경우다. 


  공통된 것은 하나다. 이들은 휴학을 '멈춤'이 아니라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가 제공하는 구조 밖에서 자신만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지금 세대가 선택하는 휴학의 본질이다. 


휴학 동안 무엇을? - 휴학생의 실제 사례

▲ 대학생이 2학기에 휴학하는 이유, 설문조사 이미지(사진: https://magazine.hankyung.com/job-joy/article/202102163076d)


  휴학을 하는 실제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주변 친구, 선배, 후배, 지인 등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 중 각기 다른 목적으로 휴학을 보낸 세 학우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유형 1: 진로 탐색형


  인문사회대학 3학년으로 현재 휴학 중인 A학우는 3학년 1학기를 마친 후 휴학계를 냈다. 한국의 강의실을 벗어나 해외에서의 공부와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어 교환학생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현재 어학 능력 시험인 텝스(TEPS)를 준비하는 동시에, 배운 영어를 실전에서 직접 부딪치며 활용해 보고자 해외여행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A학우에게 이번 휴학은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처음엔 무작정 해외에서 공부해야겠다는 목적만 있었지만 여행을 다니며 온전한 쉼을 가지다 보니, 그 목표가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남들이 다 하니까 쫓아가려 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A학우는 맹목적이었던 교환학생의 목적을 잠시 내려놓고 방향을 재조정하고 있다. 낯선 환경에서의 여행과 휴식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진로의 방향을 자신만의 방향으로 다시 맞춰가는 중이다.


유형 2: 사회 경험형


  문화예술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B학우는 군 복무를 포함해 2학년 1학기부터 총 3년이라는 비교적 긴 휴학을 경험했다. 그의 휴학 기간은 평소 즐기던 취미가 사회에서의 실전 경험으로 확장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입대 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해오던 그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사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되었다.


  군 전역 후 B학우는 곧바로 캠퍼스로 돌아오는 대신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그동안 쌓아온 포트폴리오를 사진 관련 직무에 제출했고 최종 합격하여 실무자로 일하게 된 것이다. 덕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사회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직접 배우고 비교적 빠르게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성공적인 사회생활이었음에도 그가 다시 학교로 돌아온 이유는 실무를 겪어보니 역설적으로 전공에 대해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갈증이 생겼고, 졸업이라는 마침표를 제대로 찍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B학우에게 휴학은 앞으로의 학업을 향한 더 강한 동기를 얻은 전환기였다.


유형 3: 휴식과 재충전형


  경영경제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C학우는 3학년 2학기를 마친 후 1년간의 긴 휴학을 택했다. 입학 후 쉴 틈 없이 달려온 탓에 번아웃이 찾아온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본격적인 4학년 생활을 시작하기 전 꼭 한 번쯤은 자신만의 휴식기를 가져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그 당시 설정한 휴학 목표는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기’였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채 평소 좋아하던 취미 활동에 온전히 몰두했다. 또 학업에 쫓겨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 여유롭게 만나며 관계를 깊이 다지는 등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오롯이 나로 채운 1년의 휴식은 단순한 공백이 아닌  자신을 보듬어주는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단단한 확신을 얻은 C학우는 다시 학교생활을 이어나갈 동력을 얻고 건강하게 캠퍼스로 복학할 수 있었다.


새로운 나를 만날, 나만의 학기


  세 학우의 휴학 형태는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정해진 커리큘럼을 멈추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집중하며 스스로 휴학 기간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학교 밖에서 직접 부딪히며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묻는 과정은 장기적인 인생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전환기다. 휴학을 고민한다면 막연한 우려 대신 새로운 나를 만날 기대감을 가져보자. 스스로 기획하고 행동하는 휴학은 삶을 가장 밀도 있게 채워주는 주도적인 나만의 학기다.



변의정 기자, 김건우 수습기자